편지

산책...

낮은자리/무위 2011. 9. 6. 12:09

 

새벽...

먼동이 터오를 무렵

뒷동산에 올랐다

 

 

한계단한계단

오르다 보면

저 정상에 닿을 것이다

마치 천국의 계단을 오르는 기분...

 

 

한꺼번에 두계단도 필요없다

오직 한계단이면 족하다

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

 

 

정상에 오르니

키 큰 나무들 사이를 뚫고

하늘이 눈을 뜨고계셨다

붉은 눈이다

아아~~ 충혈된 사랑

하늘은 끊임없이 나를 지켜보고 계셨구나

사랑 그 이름으로 충혈되어버린

하늘의 눈...

 

 

어둠이란 단지 빛의 부재일뿐...

아무리 어둠이 깊다하더라도

아주 작은 빛 하나 가져가면

어둠은 이내 사라진다

'너희는 세상의 빛이다'

 

 

귀에 이어폰을 꽂고

음악을 듣다가

문득 이어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...

얼른 이어폰을 뽑았다

아~~~

거기 음악이 있었다

자연이 연주하는 장엄한 오케스트라...

발 밑에서는 꽃들이 나 여기있어요

향기로 노래하고 빛으로 노래하고

 

 

부지런한 벌은 붕붕 날개로 노래하고

온갖 풀벌레와 새들, 곤충들...

오직 사랑을, 사랑의 세레나데를

있는 그 자리에서 화음에 방해되지 않게

그리하여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완성하고 있었다

 

 

이어폰을 꽂고 산에 오른다는 것은

아 얼마나 이들에 대한 미안함이냐

미안하다 미안하다

그리하여 내 귀를 통해

하늘 향해 꽃나팔 부는

메꽃의 노래도 비로소 들렸다

 

하늘의 눈은 점점 밝아지고...

따스해지고...

동시에 강렬해진다...

태양은 먹구름 뒤에서도

어두운 밤중에도

여전히 빛을 내는 것...

 

 

그리하여 드디어

하늘 아래 온 세상을

빛으로 감싸 안는구나...

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가장 낮은 곳까지...

하늘은 아무런 차별없이

오직 빛으로 감싸는구나...

그래서 하늘이구나

그래서 빛이구나...

 

올랐으면 내려가는 게 당연...

고집부리고 억지부릴 필요 없어...

정상은 정복되는 것이 아니라

잠시 허락되는 것...

그 잠시의 허락이 끝나면

정상은 곧바로 바람을 일으켜

모든 흔적을 지운다...

그리고 나는 내려간다

내가 품어야 할 사랑들이 있는

그곳으로...

아무리 어둡더라도

아무리 역겹더라도

내가 품어야 할

그곳으로...

오직 사랑 그 이름으로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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