새벽...
먼동이 터오를 무렵
뒷동산에 올랐다
한계단한계단
오르다 보면
저 정상에 닿을 것이다
마치 천국의 계단을 오르는 기분...
한꺼번에 두계단도 필요없다
오직 한계단이면 족하다
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
정상에 오르니
키 큰 나무들 사이를 뚫고
하늘이 눈을 뜨고계셨다
붉은 눈이다
아아~~ 충혈된 사랑
하늘은 끊임없이 나를 지켜보고 계셨구나
사랑 그 이름으로 충혈되어버린
하늘의 눈...
어둠이란 단지 빛의 부재일뿐...
아무리 어둠이 깊다하더라도
아주 작은 빛 하나 가져가면
어둠은 이내 사라진다
'너희는 세상의 빛이다'
귀에 이어폰을 꽂고
음악을 듣다가
문득 이어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...
얼른 이어폰을 뽑았다
아~~~
거기 음악이 있었다
자연이 연주하는 장엄한 오케스트라...
발 밑에서는 꽃들이 나 여기있어요
향기로 노래하고 빛으로 노래하고
부지런한 벌은 붕붕 날개로 노래하고
온갖 풀벌레와 새들, 곤충들...
오직 사랑을, 사랑의 세레나데를
있는 그 자리에서 화음에 방해되지 않게
그리하여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완성하고 있었다
이어폰을 꽂고 산에 오른다는 것은
아 얼마나 이들에 대한 미안함이냐
미안하다 미안하다
그리하여 내 귀를 통해
하늘 향해 꽃나팔 부는
메꽃의 노래도 비로소 들렸다
하늘의 눈은 점점 밝아지고...
따스해지고...
동시에 강렬해진다...
태양은 먹구름 뒤에서도
어두운 밤중에도
여전히 빛을 내는 것...
그리하여 드디어
하늘 아래 온 세상을
빛으로 감싸 안는구나...
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가장 낮은 곳까지...
하늘은 아무런 차별없이
오직 빛으로 감싸는구나...
그래서 하늘이구나
그래서 빛이구나...
올랐으면 내려가는 게 당연...
고집부리고 억지부릴 필요 없어...
정상은 정복되는 것이 아니라
잠시 허락되는 것...
그 잠시의 허락이 끝나면
정상은 곧바로 바람을 일으켜
모든 흔적을 지운다...
그리고 나는 내려간다
내가 품어야 할 사랑들이 있는
그곳으로...
아무리 어둡더라도
아무리 역겹더라도
내가 품어야 할
그곳으로...
오직 사랑 그 이름으로.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