편지

문안

낮은자리/무위 2011. 9. 15. 18:30

 

부친의 기일이다

노모와 형님과 함께

할아버지, 할머니, 아버지

누워 계신

망월묘지를 다녀왔다

 

먼저 조부모께

문안을 드린다

일찍 별세하셔서

82세 되신 노모께서도

두 분 얼굴을 한 번도

못 뵈었단다...

내가 그랬다

'아버지랑 똑같이 생기셨겠지요.'

'그래. 글겄지...'

노모의 쓸쓸한 답변...

 

향에 불을 댕기고

마음의 향에도 불을 밝힌다

아. 버. 지.

 

 살아계신 노모께서

돌아가신 부친께

정성스레 문안을 드린다

빙 둘러가며

풀을 맨손으로 뽑아내고

평소 좋아하시던

돼지고기 한 점...

'삼겹살 좋아허셨는디...

오늘은 그냥 삶은 거시요~잉~~'

막걸리 한 사발 그득 따라

먼저 쭈욱 들이키시게

올려드리고...

 

그렇다

아직 산 자가

죽은 자에게

문안을 드리는 것이다

죽은 자는 그저

숨소리도 없이

누워있는 것이다

나는

문안 드리는 삶을 사는

산 자의 삶을 살고자 한다

 

아...

주께서  

마지막 밤에

그래서

제자들의

발 앞에

무릎을 꿇으셨구나

살아 생전

마지막 문안

마지막 섬김

마지막 순간까지

그저 주님은...

 

아~~ 나는

섬김의 무릎으로

주께서 걸어가신

산 자의 그 길을

걷고자 한다